‘스마트 푸드QR’ 시범사업 확대, 공급자 이력 추적 정보 제공한다

식약처 ‘스마트 푸드QR’ 시범사업, 이력 추적 정보까지 범위 확대한다 식품 정보·이력 정보·회수 정보 등 QR코드에 담아 소비자·업계 편의성 증진 예산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목표 달성, 차후 유통업계 부조리 해결에 활용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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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정부가 식품안전을 위해 공급자 추적 디지털 시스템을 확대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 9월부터 실시한 ‘스마트 푸드QR’ 시범사업의 정보 제공 범위를 식품 표시사항 등에서 이력 추적 정보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력 추적은 식품의 제조·가공·판매 단계 정보를 기록·관리하고,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식품을 추적·조치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정보 제공 범위가 확대되면 차후 업체명·소재지, 제조일자, 소비기한(또는 유통기한), 출고일자 등의 이력 추적 정보가 스마트 푸드QR로 관리·공개되게 된다.

스마트 푸드QR은 식품별 품목제조보고 정보를 기반으로 발급되는 식품 고유의 QR코드로, 식품 정보와 안전관리 기능을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해 소비자·업체 편의성을 증진하는 사업이다. 식약처는 이번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식품 데이터를 소비자와 산업계에 제공하고, 2026년까지 정부의 식품안전사고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식품 플랫폼(K-Food D·N·A)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QR코드로 소비자에게 정보 제공·식품 이력 추적한다

스마트 푸드QR은 소비자에게 보다 다양한 식품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제품에 표시된 QR을 확인하면 원재료, 영양성분 등 식품 표시사항 및 조리법 등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는 식이다. 안전과 제품 선택에 반드시 필요한 정보는 이전처럼 제품에 표시되며, 그 외 원재료 등 세부적인 정보는 QR코드에 담기게 된다. 일부 제품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영상을 지원하며, 시각장애인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능을 통해 e-라벨 정보를 음성으로 변환한 뒤 청취 가능하다.

이력 정보 관리 및 확인에도 효과적이다. 바코드가 포함하는 정보는 제품명과 업체 정보에 그치는 반면, 식품 이력 추적 시스템과 연계된 QR코드는 제품명, 업체명, 소비기한, 제조 일자, 로트 번호 등 다양한 정보를 보유할 수 있다. QR코드를 이용해 소비기한, 수량 등을 일일이 입력하지 않고도 제품 정보를 시스템에 자동으로 인식‧등록하는 것도 가능하다. 차후 물류 단위(박스·팔레트 등)에 부착된 바코드를 QR로 대체해 이력 관리에 활용하는 등 산업계 편의성도 증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제품의 회수정보도 스마트 푸드QR을 통해 제공된다. 기존에는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 제공된 회수정보를 편의점·마트 등의 POS 단말기로 전송하고, 바코드를 통해 이를 식별해 부적합 식품 판매를 차단해왔다. 앞으로는 부적합 정보를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부정·불량식품 신고 기능을 활용해 간편하게 신고도 할 수 있게 됐다.

식약처는 이번 시범사업 운영과 함께 ‘디지털 식품 플랫폼(K-Food D·N·A)’을 구축하기 위한 정보화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향후 시범사업 참여 업체와 QR 활용 식품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시범사업 결과와 수립된 정보화 전략계획을 바탕으로 오는 2024년부터 디지털 식품안전 플랫폼 구축에 힘쓸 예정이다.

‘뜬구름’ 잡지 않는 디지털 전환 사업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T) 사업 대부분은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세금 낭비’, ‘전시행정’ 등 신랄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스마트 푸드QR 사업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 등 불필요한 도전 없이 식품안전이라는 본질적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전환 사업이 비판을 받은 이유는 시장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신기술’을 도입하려 했기 때문이다. 기존 기술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거나, 오히려 기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블록체인 관련 디지털 전환 사업은 시장의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블록체인은 분산 컴퓨팅 기술 기반의 데이터 위변조 방지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NFT 등과 함께 이름을 알렸지만 현재 실생활 내 활용 범위가 넓지 않으며, 차후 성장 전망 역시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블록체인이 무조건 보안 사고를 막아주는 ‘철옹성’인 것도 아니다. 블록체인 내에서도 데이터를 위·변조해 암호화폐를 탈취하거나 신원을 위장하는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블록체인이 지자체에서 거금을 들여 투자할 만한 분야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반면 스마트 푸드QR 사업은 적절한 데이터 기술 활용을 통해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기존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고 중앙 서버 보안을 철저히 해 안정적인 공급망 추적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유통업계 부조리 솎아내는 ‘암행어사’ 될 수도

한편 스마트 푸드QR 사업은 유통업계 내 부조리를 해결할 새로운 방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도매시장에서 경매 가격은 기본적으로 해당일의 반입 물량과 소비자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중도매인 카르텔’이 유통종사자 간 자연스러운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통업계 내에는 품목별 중도매인 간 ‘연합’이 암암리에 존재하는데, 이는 일명 상인회나 상우회, 품목별 협의회 등으로 칭해지는 일종의 ‘친목 모임’이다. 이들 연합회는 가입비, 보증금, 공탁금 등의 명목으로 보통 수백만원 이상의 회비를 받고 카르텔을 형성한다. 회비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엔 연합회 소속 중도매인들은 특정 경매를 보이콧하거나 응찰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해당 경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도록 고의적인 압력을 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본인이 속한 상인회 외 사람들을 잠재적 경쟁자로 판단해 경쟁을 회피하고 자연스러운 시장 원리를 뒤흔드는 것이다. 이들은 최대한의 이익을 위해 생산자의 판매가를 깎아내리는 한편,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며 유통망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이 같은 유통업계의 부조리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 푸드QR 사업으로 정확한 공급망 추적이 가능해질 경우 유통 과정 중 지나치게 큰 차익을 남긴 중도매인을 추적할 여지가 생긴다. 스마트 푸드QR은 식품안전뿐 아니라 업계 부조리 해결과 소비자 물가 관리 등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