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학 재정지원 평가 기준 완화·포뮬러 배분, ‘역효과’ 우려 제기

일반재정지원 규모 확대·규제, 평가 기준 완화 등 대학 자율혁신 위한 대책 제시 대학 규모 기준의 포뮬러 배분 방식, 오히려 대학 교육질 낮출 위험성 있어 적정 규모화 위해 완화된 대학 평가 기준, 정작 정량지표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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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전경/사진=네이버 맵

교육부는 국립대·사립대(국립대 법인 포함) 대상 주요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2023년 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고 9일 밝혔다. 교육부는 포괄적 방식의 일반재정지원 규모를 약 1.4배 확대하고, 규제 없는 지원과 두터운 재정적 뒷받침을 통한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촉진한다.

먼저 국립대학에 대한 일반재정지원을 국립대학 육성사업으로 통합해 운영하고, 국립대학의 자율적 혁신과 사회적 책무성 강화를 효율적·체계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그동안 대학 현장이 지적해 온 성과평가 부담, 집행 항목 제한 등을 완화하기 위해 사업비 집행 지침과 성과평가 방식을 개편할 예정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해도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인재 양성의 유연성·융합성을 확대하기 위한 대학들의 혁신 활동을 보다 두텁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원 규모 확대·대학 자율성 확보에 초점

올해로 ‘2022~2024년 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이 2년 차를 맞이했다. 교육부는 대학이 수립한 자율혁신 계획을 지속해서 이행하는 한편, 대학이 교육·연구·산학협력·평생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총액 교부 방식(블록펀딩)으로 총 8,057억원을 지원한다.

먼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포괄적 방식의 일반재정 지원을 1.4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이 사업이 시행되면 1개 학교당 평균 지원 규모는 49억원에서 69억원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에 더해 교육부는 학생 미충원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 활성화를 위해 비수도권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1,90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 공공요금 인상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해 보다 유연하게 사업비를 운용할 수 있도록 사업비 집행 기준도 완화한다. 상위 법령에 따른 집행 기준 외 별도 사업비 지침을 통한 규제는 최소화하고, 대학의 실질적인 재정 집행 자율성을 제고한다. 투입 지표인 사업비 집행 실적은 성과평가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또한 ‘선 재정지원-후 성과관리’ 방식으로의 개편을 위해 대학 간 소모적인 경쟁을 야기하는 투입 중심 지표는 축소하고, 핵심적인 사항을 중심으로 평가해 교육혁신 지원금을 배분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오는 2025년부터 대학 혁신 영역별로 대표성·타당성을 갖춘 정량 성과 지표를 발굴하고, 이를 성과관리 및 인센티브 부여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포뮬러 방식 사업비 배분 방식, 오히려 독이다?

교육부는 사업비 총액을 △수도권 △대구·경북·강원권 △충청권 △호남권 △부산·울산·경남권 총 5개 권역별로 나누고, 권역별 총액을 포뮬러(산식에 의한 재정지원) 사업비(70%) 및 성과평가 인센티브 금액(30%)으로 구분하여 배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먼저 포뮬러 방식으로 기본 사업비를 지원하고, 재학생 수·학교 수,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해 권역별·학교별로 추가 사업비를 배분하겠다는 방침이다.

포뮬러 사업비는 권역별 총액 규모 내에서 대학의 규모(재학생 수)와 교육 여건을 고려하여 배분된다. 기준 경비, 규모 지수, 교육 여건 등 기본 포뮬러 배분 지표는 ’22년 대학 정보 공시 자료를 기준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처럼 재학생 숫자에 따라 사업비를 배정할 경우, 오히려 대학 교육의 질을 낮출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학생 수와 지원 규모가 비례하게 되면 대학은 보다 많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움직이게 된다. 문제는 학령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1학년도 수능 응시자는 42만1,034명으로, 2020학년도에 비해 6만3,703명 감소한 바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2040년 대학 입학가능인원이 2021년 대비 절반 수준인 28만 명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대학이 사업비 확보를 위해 입학 정원을 늘리는 한편, 대학에 입학할 학생은 점차 감소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학생 수에 따라 지원금을 추가 지급한다면 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을 합격시켜 지원금을 타내려는 대학이 늘어날 수 있다. 대학이 수행해야 하는 ‘고급 인재 양성’의 역할이 희미해지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재학생 수보다 오히려 교원인 교수에게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수진의 우수 연구 실적을 기준으로 재정지원을 실시해야 대학 교육의 질이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집행 항목 제한 등을 완화하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국고 사업비를 통한 기존 교직원 임금 인상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이번 대책의 한계로 지적된다. 적은 급여로 인해 교수진은 대부분 프로젝트 연구 사업에 매진하며 추가 이익을 내고 있다. 사실상 교원이 인재 교육에 집중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사업비를 활용한 급여 인상 제한은 결국 대학교수의 동기부여를 막고 질 낮은 교육으로 이어질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충원율’ 기준 평가, 적정 규모화 위한 대책이 맞나? 

교육부는 ‘선 재정지원-후 성과관리’ 방식으로의 개편을 위해 대면 및 정성평가를 축소하고 핵심적인 사항을 중심으로 기관을 평가해 교육혁신 지원금을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대학의 부담은 낮추되,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차등화해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새롭게 정립된 평가 기준은 교육혁신 전략과 자율성과지표 관리 및 환류 실적, 그리고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충원율이다. 교육부는 유지충원율의 핵심 요소인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지표 평가를 통해 대학의 적정 규모화 계획에 따른 성과를 점검할 예정이다. 하지만 충원율 중심의 평가는 결국 포뮬러 배분과 유사한 문제점을 낳을 수 있으며 본질적 목표인 ‘적정 규모화’를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 충원율에 중점을 두면 결국 인재의 역량보다 ‘학생 수’에 집중해 무작정 입학 인원을 늘리는 대학이 증가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가 학생 수 유지를 위해 쉽고 널널한, 즉 역량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교육을 실시하는 ‘저품질 교육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적합한 인재 선별과 교원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단순 인원 유지와 충원에 집중하기보다는 능력이 있는 인재를 선별하고, 그 수준에 맞는 질 높은 교육을 교원이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대학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학 지원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디까지나 적정 규모화와 우수 인재 양성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교육부는 교육 현장의 현실을 보다 고려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