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재 양성에 4,537억 투입, 비용 대비 효과는?

과기부, 디지털 인재 양성 위해 대규모 투자 단행 현장서 전공생 조차 기본기 가르쳐야 해, 투자 적절한가? 불필요한 대학 규제 풀어 자체 혁신 이루도록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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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대비 약 1만명 이상 디지털(ICT) 인재 양성을 확대하면서 사이버보안 인재 양성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해보다 약 500억원이 늘어난 4,537억원을 투자하여 총 5.2만명을 양성한다고 19일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는 ‘디지털 인재 얼라이언스’(이하 얼라이언스)도 확산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규모 정부 예산을 사용하는데도 정작 시장에서 원하는 현장 개발자 교육이나, 학문적인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못한 채 코드 복사 붙여넣기만 하는 양산형 개발자들만 양성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년이 디지털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기회·채용연계↑

과기부는 청년들이 누구나 디지털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비학위 전문과정을 신설하고,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기업이 주도하는 시큐리티 아카데미’, 최고급 개발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S-개발자’, 전문 화이트 해커를 양성하는 ‘화이트햇 스쿨’ 등 비학위 전문 교육과정을 도입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주관으로 사이버 10만 인재 양성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민·관 협력체계를 강화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직접 양성하고 채용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캠퍼스·연결망형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에 기업과 대학, 지자체가 함께 힘을 모은다. 또 지난해 10월 출범한 얼라이언스는 민·관 디지털 인재 양성의 협력 구심점으로 운영위원회와 분과 구성을 통해 활동을 본격화하며 온·오프라인 채용관 운영과 공동 교육과정 개발, 디지털 배지 확산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각 지역에서는 메타버스 아카데미(동북권)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경북)를 추가로 진행해 지역 청년들에게 새로운 교육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군 장병 대상 디지털 교육은 인원을 대폭 확대해 올해 3,800명의 군 장병에게 수준별 맞춤형 온라인 교육을 제공해 전역 후 산업 예비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한편 교육부에서는 지난해 교육과정 개정으로 2025년부터 초·중등 정보 과목의 시수가 기존보다 2배 이상 늘어나는 만큼 시행에 앞서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AI 선도학교’는 올해 1,233개교를 선정해 미래 세대 정보 역량 강화에 힘쓸 것이며, 정보 교사 확충, 정보 교과서 개발 및 확산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디지털이 모든 분야에서 일상화되는 디지털 심화 시대에 누구나 쉽게 SW나 AI 교육을 배울 수 있도록 온라인 교육 환경을 구축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지원한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민간의 자발적 참여와 혁신 역량 발휘를 지원하고 협력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과기정통부

현장 효용성 떨어지는 개발 공부, 대학 나와도 마찬가지, 역량 강화책 모색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교육 지원책에 썩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새다. 학문과 산업현장의 기술 수요 괴리는 계속 지적되어 왔던 문제이다. AI 기술은 ‘자고 일어나면 달라져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학교 측에서는 ‘기본기’가 없는 학생들에게 응용기술을 가르칠 수 없다며 커리큘럼 혁신을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는 올해 1학기 ‘딥러닝의 기초’를, KAIST는 ‘인공지능개론’, ‘기계학습’ 등을 전공선택으로 개설했다.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도 ‘딥러닝’, ‘기계학습’, ‘인공지능개론’ 강좌를 열었지만, 개설 과목 수는 현저히 적었다. 한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대학 입학 전까지 중·고교에서 SW에 관해 제대로 배우지 않으니, 매년 코딩 연습 같은 기초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말하며 한탄하기도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AI 기술 현장에서는 대학에서 배운 수준 이상으로 AI 솔루션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수준의 ‘AI 엔지니어’와 기술을 이해하는 영업직군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정보기술(IT)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다시 가르친다고 생각하며 뽑는다”고 토로했다.

학생들 역시 취업을 위해 사설 학원이나 대학원 수업을 신청해 수강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힘을 다하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은 교육부가 대학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하며 교수진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과목 신설에 드는 시간이나 행정적 비용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산학협력도 해결방법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한 교수는 “결국 컴퓨터 공학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것은 산업 현장”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의 경우 개발자들 각각에 ‘문제 해결 역량’을 심어주기 위해 2015년부터 전 사원 알고리즘 교육을 실시해 고급 전문가 양성에 심혈을 기울인 바 있다. 

현재는 일부 대학과 기업이 ‘계약학과를 마련하는’ 등의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모든 관련 학과들이 산업계와 협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정부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한디지털 인재 얼라이언스에서 민간이 가진 역량을 각 교육기관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