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최대 인상, 올해 국민연금 5.1% 더 받는다

고물가에 연금도 오른다 기금 고갈 시기 더 빨라질 전망 피할 수 없는 보험료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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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민연금 급여액이 물가 상승을 반영해 기존보다 5.1% 오른다. 지난해 고물가 여파에 따른 24년 만의 최대 인상률이다. 연간 물가상승률 2.0% 안팎의 저물가를 전제로 삼은 과거 추계 대비 연금 고갈 시기가 또다시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현재 국민연금을 받는 622만 명의 연금액이 이달부터 인상된다고 밝혔다.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가 받는 기초연금, 중증장애인 중 소득 하위 70%를 위한 장애인 연금 지급액도 5.1% 인상된다. 국민연금과 함께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공적연금 수급자의 내년 연금 수령액도 올라간다. 국민연금법 51조와 공무원연금법 35조, 기초연금법 5조는 “전년도의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해 금액을 더하거나 빼서 매년 고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올해 지급액 1조6,800억 증가

보건복지부가 8일 행정 예고한 ‘국민연금 재평가율 및 연금액 조정’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 지급액 인상률은 지난해(2.5%) 대비 2.6%P 오른 5.1%로 1999년(7.5%) 이후 최대 인상 폭이다. 이번 인상률은 지난해 물가상승률(5.1%)을 반영한 결과다. 국민연금 지급액은 매년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이번 인상으로 노령연금 523만 명, 유족연금 92만 명, 장애연금 7만 명 등 총 622만 명의 수급자가 이달 25일 지급분부터 혜택을 받는다.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는 2022년 9월 기준 2,222만 명이다.

2020년 국민연금법 개정 전까지는 4월에 인상분이 반영됐었다.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매년 전년도의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만큼 연금액을 인상 지급하여 연금의 실질 가치를 보전하는 점은 다른 공적연금과 같았으나, 공무원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 달리 4월부터 인상 반영하여 형평성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이에 2020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물가변동률을 1월부터 반영하고 있는 다른 공적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물가변동률이 반영된 국민연금을 1월부터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지급하는 연금액은 지난해 대비 약 1조6,800억원이 더 나갈 전망이다. 올해 연금 수급자 인원을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하고 작년 32조8,888억원에 인상률 5.1%를 반영하면 지급액은 올해 34조5,661억원으로 증가한다. 지급액이 늘어나며 4차 재정추계에서 2057년으로 예상한 국민연금 고갈 시기도 빨라질 전망이다. 2018년 4차 추계 당시에는 연간 물가상승률을 2.0%로 가정했다. 5차 추계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이다.

국민연금만 올해 5.1%나 오르나?

국민연금법 51조와 공무원연금법 35조, 기초연금법 5조는 “전년도의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해 금액을 더하거나 빼서 매년 고시한다”라고 규정한다. 사학연금은 공무원연금법을 따른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 수급자의 내년 연금 수령액도 더 올라간다는 의미다. 공적연금은 해마다 전년도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해 연금 지급액을 조정해주기 때문이다. 이번 인상에 따라 기존에 100만원을 받고 있었다면 이달 25일부터는 5만1,000원 오른 105만1,000원을 받게 된다.​

이런 규정에 따라 공적연금 수급자들은 물가 인상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져 실질 연금액이 하락하는 것을 피할 수 있고 적정수준의 연금 급여액을 확보해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공적연금의 최대 장점이다. 민간 상품은 물가변동을 반영하지 않고 약정 금액만 지급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에 따라 실질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플레 직격탄… 필연적인 보험료 상승

물가 상승에 임금 상승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1%, 전국 평균 임금 상승률은 3.8%다. 높은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는 요인으로 △러-우 전쟁 △에너지 가격 급등 △곡물 가격 급등 △수요자 측 물가 상승 압력 △공급 병목현상 △임금 상승 압력 △기후변화 △화폐량 증가 △코로나19 보복 소비 증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2018년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1년 1,778조원의 적립 기금을 정점으로, 2042년부터 연간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2057년 소진된다. 이는 연간 물가상승률을 2%로 가정한 수치였으나 지난해 5%대 고물가가 올해 국민연금 급여액 인상으로 연결되며 연금 고갈 시기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금 소진 이후 국민연금을 부과방식으로 운영하면 보험료율은 30~40%로 올라야 한다. 부과방식이란 한 해에 필요한 연금 지급액을 그해의 보험료 수입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현재의 보험료율은 9%다.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16% 정도로 인상해야 한다. 2060년 이후에는 현행 보험료의 3배 이상을 내야 한다. 지금과 비교했을 때 같은 혜택을 받는데 보험료는 3배 이상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의 국민연금 지급액이 늘어날수록 미래세대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5차 재정추계 결과에 따라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정도가 커질 수도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보험료율 인상을 2030년으로 미루면 필요한 보험료율은 2040년엔 20.93%가 된다. 200만원을 벌면 42만원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계산으로 보험료 인상을 미룰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회 연금특위 논의 결과 등을 반영해 이르면 상반기에 연금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오랫동안 문제 제기되어온 국민연금 고갈 위험을 극복할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