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이영 장관, 중소기업들의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주 52시간제 불만 듣는 시간

이영 장관, “최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 인력난 심화하고 있어” 주 52시간제도에 대한 보완 입법 지연으로 산업 현장 곳곳에서 피해 호소 노조, “시대착오적 노동 방안과 일방적 결정권 보장 위한 정책에 깊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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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중소벤처기업부

15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에 따른 불만 및 주 52시간제 등의 고용 제도들이 현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제조, 소프트웨어(SW) 등 다양한 업종의 영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활용 상황 점검

이번 간담회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 중인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활용 상황을 점검하고, 경영상황 악화 및 납기 미준수로 인한 거래관계 단절 등 제도 유효기간 종료(2022년 12월 31일) 시 겪게 될 각종 애로사항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10명의 업계 대표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갑작스러운 주문 등에 따른 인력 배치 대응에 매우 유용한 제도”라며, “구인난이 심하고 경제도 어려운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까지 종료되면 마땅한 대책이 없어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영 장관은 “최근 체제(플랫폼) 종사자가 늘어나고 코로나19로 외국인력 입국 규모까지 줄어들면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거시 경제 측면에서 고금리‧고물가 등 3중고까지 겹쳐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돼 상황 호전 시까지 8시간 추가연장근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업계가 처한 어려운 상황과 추가연장근로 활용 실태를 세심하게 파악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도가 연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주 52시간제에 투잡러 폭증, 조선소 인력들 ‘배달 오토바이’로 출근하기도

주 52시간제도에 대한 보완 입법이 지연으로 인해 산업 현장 곳곳에서 기업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근로시간 개선을 최우선 노동개혁 과제로 설정했지만, 여야 정쟁 및 노조 측 반발로 노동개혁 조치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애로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구산토건·어드밴건설·대광이엔시 등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기 건설에 참여한 한국수력원자력의 9개 협력사는 최근 윤 대통령에게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협력사는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협력사들은 공사를 하더라도 오히려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며 “현재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잔여 공사에 대해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전했다.

경남 거제조선소 한 사내 협력사 대표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연장근로가 막혀 임금이 줄면서 근로자들의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며 한탄했다. 그는 “주 52시간제로 인해 제조 현장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며 “울산, 거제, 목포 등 대형 조선소 인근엔 ‘배달 오토바이’로 출근하는 근로자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한 중소 조선사 대표는 “직원들이 주말 내내 아르바이트를 뛰고 출근하는 탓에 월요일 오전 사고 위험이 가장 높다”며 “직원들이 피곤해 보이면 휴게실에서 강제로 ‘토막잠’을 자게 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42%가 문재인 정부 시절 주 52시간제 등이 적용된 후 핵심 성과 지표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이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최형섭 초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이 강조했던 ‘불 꺼지지 않는 연구소’라는 말이 사라지면서 폐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출연연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촘촘한 관리를 받다 보니 연구와 인력 운용에서도 자율성이 떨어진다”며 “주 40시간, 나아가 주 52시간 상한제가 연구 현장에는 맞지 않아 재량근로제 실시 등으로 타개하려 한다”고 전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과학기술 현장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주 52시간제를 강행한 결과 대한민국 과학기술 역량의 추락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과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 현실 외면했다는 비판도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현행 주 52시간제 도입에 진통을 겪었던 건설현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건설업계는 탄력 있는 현장 운영에 대한 기대를 보냈고, 노동계는 과노동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할 순 없지만 일단 현재 경직적인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대부분의 현장이 기본적으로 주 52시간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만 밖에서 작업을 하는 현장이기 때문에 날씨 등의 영향으로 공기가 촉박해지는 경우가 있는 만큼 현 제도보다 유연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노동계의 목소리는 달랐다. 여전히 과노동에 시달리는 건설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비롯해 ‘주 92시간 근무’ 가능성도 언급됐다. 12달 평균 ‘월 단위’ 최대 연장근로 시간은 총 52.1시간으로 계산되며, 최대 연장근로 시간을 한 주에 몰아서 사용하면 산술적으로 일주일에 92.1시간까지 근무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노동조합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성명을 통해 “정부 발표는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통령의 관심사인 시대착오적 장시간 노동 방안과 사용자의 일방적 임금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만을 내놓은 것에 대해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