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으로 치닫는 부동산 양극화, 정부 규제 완화가 부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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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만 살아났다" 가라앉는 경기·지방 부동산 시장
주거 선호도 높은 서울에서도 지역별 가격 양극화 심화
고금리 속 '규제 완화' 단행한 정부, 매수 수요 편중 부추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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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미분양 주택 규모가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주택 분양 시장이 ‘나 홀로 활황’을 이어가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양상이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특정 지역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미분양 쌓이는 경기·지방

국토교통부가 31일 발표한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4,03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5월 대비 2.6%(1,908가구) 증가한 수준이다. 지방 미분양 물량은 5만8,986가구로 한 달 새 2.8%(1,618가구) 늘었고, 수도권 미분양은 1만5,051가구로 2.0%(290가구) 증가했다. 특히 경기도의 미분양 물량은 9,956가구로 전월 대비 1,000가구 이상 늘며 전국 기준 최대 규모까지 치솟았다.

소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1만4,856가구로 전월보다 12.3%(1,626가구) 증가했다. 이는 2020년 10월(1만6,084가구)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경남(1,771가구), 경기(1,767가구), 대구(1,635가구), 전남(1,627가구) 등의 지역에서 악성 미분양 물량이 대거 누적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곳곳에서 미분양 주택이 쌓이는 가운데, 서울 부동산 시장은 ‘나 홀로 활황’을 이어갔다. 6월 서울의 미분양 주택 수는 959호로 경기도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6,150건으로 전월 대비 18.7%, 작년 동기 대비 48.7% 증가하며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0년 12월(8,764건)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서울 내에서도 상·하급지 나뉘어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기조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이 오르면 지방도 따라 오른다는 건 이제 옛말”이라며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며 실수요자·투자자들이 속속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요즘처럼 수요가 특정 지역에 편중되면 ‘탈(脫)동조화 현상(부동산 가격이 지역과 상품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회복기에 접어든 서울 부동산 시장 내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비교적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울에서도 특히 수요가 몰리는 ‘상급지’와 그렇지 못한 ‘하급지’가 명확히 나뉘고 있다는 의미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년 7월 4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해당 기간 서울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지역은 송파구(0.56%)와 성동구(0.52%)였다. 송파구 잠실과 가락동 대단지 위주, 금호와 하왕십리동 역세권 아파트에서 강한 오름세가 이어진 결과다. 서초구(0.46%), 강남구(0.42%), 마포구(0.4%), 용산구(0.39%), 강동구(0.37%) 등 지역도 줄줄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노·도·강(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의 지역은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이 더딘 상황이다. 같은 기간 도봉은 0.06%, 강북은 0.11%, 노원은 0.12%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금천(0.07%), 관악(0.14%)도 저조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계 관계자는 “서울 내에서도 입지가 좋고 가격이 높은 지역으로 거래 수요가 쏠리고 있다. 특히 금리 변화에 민감하지 않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강남권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수요가 편중된 지역에서는 매물이 급감하며 꾸준히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 반면 노·도·강 등 서울 외곽 지역 시장은 여전히 회복세가 더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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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원인은 정부 규제 완화”

일부 전문가들은 고금리 상황 속 정부의 무조건적인 부동산 부양 정책이 양극화 현상을 심화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윤석열 정부는 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각종 규제 완화책을 쏟아냈다. 자금 여유가 충분해 금리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가 등 특정 계층에게만 호재가 돌아간 셈”이라며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 부동산 세제 완화 기대감이 일고 있는 만큼, 고가 단지 위주의 수요 편중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정부는 현재 서울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일시적’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추가적인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1일 국토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는 “지금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일시적 흐름”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경제 대내외 여건을 보면 집값이 과거처럼 폭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경우, 주택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히는 기준금리 역시 답보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11일 개최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회 연속 만장일치 의견으로, 3.5%로 동결했다. 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 다수는 물가 안정세와 내수 부진에도 불구, 급등하는 집값과 가계 부채를 경계하며 금리 인하를 주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느슨한 규제 속 나타난 주택 가격 상승세가 피벗(Pivot, 통화 정책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며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지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상황 역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