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12억 달러 추가 지원하겠다는 美, 러·우 전쟁에 ‘콩쥐의 두꺼비’ 될 수 있을까

美,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으로 방공망 지킨다 우크라 방공망 축소 시기 얼마 안 남아, 러시아에 전황 기울 위기 경제 형편 악화된 미·독, 추가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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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방공 시스템, 탄약, 훈련 자금 등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12억 달러(한화 약 1조5,900억원) 규모의 군사 원조 패키지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155㎜ 호이저 탄약과 대 드론 탄약, 위성사진을 위한 자금과 다양한 종류의 훈련을 받게 된다. 군사 원조 패키지의 경우 우크라이나 안보지원구상(USAI) 자금에서 지급된다. 보유 중인 무기 재고에서 빼내는 대신 방위산업체로부터 무기를 구매해 보다 신속하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우크라이나에 300억 달러 이상 쏟은 美, 12억 달러 더 붓는다

이번 패키지를 포함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군사 지원 규모는 총 370억 달러(한화 약 49조원)에 달한다. 미국이 추가 지원을 결정한 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에 대한 봄철 대공세를 준비하는 가운데 방공이 지속적인 문제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은 러시아의 최근 야간 공격에서 키이우 상공의 이란제 드론 35대를 격추했다. 방공 시스템용 미사일 사용량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 제재 및 공급망 제한에 직면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새로운 원조 패키지를 통해 이 같은 드론을 격추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어줄 방침이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즉각적인 전장 요구와 장기적 안보 지원 요구를 충족할 만한 역량을 제공하기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만 이번에 지원될 물자들이 우크라이나가 예고한 봄철 대공세에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재고에서 여분의 무기를 양도하는 대통령인출권한(PDA)과 달리 USAI는 물품을 새로이 구매해 제공하는 방식인 만큼 재원 마련 및 집행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최악 거듭한 우크라이나, 방공망 뚫릴 위기

현재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상황은 최악에 최악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유출된 미 국방부 문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다른 국가에서 신속히 충분한 무기를 공급하지 않으면 방공망 전체가 붕괴되는 상황을 관망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사용하고 있는 S-300과 부크 방공 시스템용 미사일의 재고는 각각 5월 초와 4월 중순 바닥났다. 이 두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약 89%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 미사일의 부재는 우크라이나에게 있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아직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기동하고 있기는 하나, 언젠가 가동이 멈출 경우 우크라이나군과 관련 기반 시설을 겨냥한 러시아의 폭격 등에 우크라이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오는 23일께가 되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완전히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약화되면 지난 가을 이후 반전 공세를 이끌어 온 지상 전력에 큰 타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전황은 러시아 쪽으로 급격히 기울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천명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같은 급박한 사정은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앞서 지난달 25일 미국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간접 압박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해당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의 다음 단계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침략당한 나라를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함을 한국보다 잘 아는 나라는 없다”고도 했다. 한국전쟁을 상기시키며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사실상 강제한 것이다.

사진=pexels

美 우크라 추가 지원, 러시아에 대한 ‘종전 압박’으로도 읽혀

한편 일각에선 이번 미국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러시아에 대한 종전 압박’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현재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끝까지 가자’는 식의 전쟁에 돌입할 여력이 없다. 지원할 수 있는 무기와 재원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리나라나 그간 무기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들에 추가적인 무기 지원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어려운 형편이 지속되자 미국은 현재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공격적인 통화 긴축은 실리콘밸리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SVB의 뱅크런을 야기했고, 이 여파로 뉴욕의 시그니처뱅크 및 크레디트스위스 등 유럽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초래됐다. 은행들의 대출 축소 및 올 하반기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던 독일의 상황도 그다지 좋지 못하다. 미국의 대중 제재, 미국 자체의 경기 침체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독일의 경기 침체가 점차 악화 일로를 걷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8일(현지 시각) 3월 산업 생산은 전월 동기 대비 3.4%나 감소했다. 지난해 5월(3.7% 감소) 이후 12개월 만에 최대치의 감소 폭을 기록한 셈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의 열쇠로 ‘중국 역할론’이 대두된 것도 이 같은 맥락이 반영된 결과다. 서방 지원 한계론이 부각되자 중국 시진핑 주석의 개입을 전쟁 종결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의 중재가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다”며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추구할 준비가 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국가가 있다면 우리는 몸소 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강대국으로 꼽히던 미국과 독일이 경기 침체 위기에 빠져들며 글로벌 경제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실제 IMF는 실질 GDP 증가율 기준 자료를 통해 선진국과 신흥국, 한국 모두 올해 성장률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세계 경제 악화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이번 미국의 우크라 추가 지원이 단순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날지 실질적인 종전에 기여할 ‘콩쥐의 두꺼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건 의외로 명확하다.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뒤집히지 않는 배를 구축하는 것, 이것만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