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정부, 전문직 외국인 ‘세금 감면 혜택’ 다시 도입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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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신임 총리, 외국인 세제 혜택 다시 살린다
집값 폭등 및 세수 감소로 폐지했으나 결국 '두 손'
세수 감소 우려하는 노동당 반대 등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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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정부가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반년 만에 다시 도입한다. 고급 인력 공급 부족을 해소해 성장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세수 펑크·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에 외국인 세제혜택 폐지했지만

호아킴 사르멘토 포르투갈 재무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발표한 60개 경제 활성화 정책 중 하나인 세금 감면 혜택 부활에 대해 “성장에 필요한 고도로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를 유치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포르투갈은 2009년부터 자국에 183일 이상 거주하거나 포르투갈에 거주지를 두고 있는 외국인이 교수, 건축가, 의사 등 전문직에 종사할 경우 소득의 2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특별세제를 시행했다. 내국인 소득세 최고세율이 48%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으로 낮은 세율이다.

포르투갈 정부는 이와 함께 골든비자도 발급했다. 외국인 이주민이 포르투갈에 50만 유로(약 7억1,000만원) 이상의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이에 준하는 직접투자를 하면 발급해 주는 식이다. 이에 포르투갈을 찾는 이주민이 급격히 늘어났다. 포르투갈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포르투갈로 이주해 온 사람은 2015년에 39만 명에서 2018년 48만 명으로 3년 만에 약 23%가 증가했다.

문제는 투자자들 대부분이 부동산에 투자한 탓에 포르투갈의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1년 포르투갈 집값은 전년 대비 157% 상승했다. 급기야 낮은 임금과 높은 임대료 때문에 리스본은 세계적으로 살기 어려운 도시가 됐고, 8.2%에 달하는 인플레이션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로 인해 포르투갈 내부에선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쇄도했고 EU집행위원회까지 나서서 해당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안토니오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제도가 의도했던 역할을 수행한 데다 재정적으로 공정하지 않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올해 이 정책을 폐기했다. 포르투갈 정부에 의하면 2022년 특별세제 혜택을 받은 외국인은 7만4,000명 이상으로, 15억 유로(약 2조2,400억원) 규모의 세수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총리 집권하며 부활 결정, 성장·노동생산성 향상 위한 조치

그런데 중도우파 성향의 루이스 몬테네그로 총리가 지난 3월 집권하면서 상황이 다시 반전됐다. 집값 폭등 등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몬테네그로 총리는 낮은 생산성과 고급 인력 부족이라는 자국의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부활시키기로 한 것이다. FT는 엔지니어·연구원·관리자 등 고급 인력을 유치하려는 대기업들은 세제 혜택의 복원을 환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U 통계청인 유로스탯(Eurostat)에 따르면 2022년 포르투갈의 노동생산성은 유로존 19개국(2023년 편입 크로아티아 제외) 평균보다 28% 낮다.

다만 배당금·자본 이득·연금 소득 등은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했다. 포르투갈 국내에서는 고령 인구를 유치해 의료 체계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은퇴자들이 자국에 세금을 내지 않고 포르투갈로 이주한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다. 제도 도입 초기 포르투갈은 연금에 대한 세금을 면제했지만 EU 회원국들의 비판을 수용해 10%의 고정세율을 도입했다. 또 정부는 일반 법인 소득세율을 현재 21%에서 2027년까지 15%로 인하하고 포르투갈에서 영업하는 모든 다국적 기업과 포르투갈 대기업에 15%의 새로운 최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변수는 감세에 반대하는 야당 사회당과 극우정당 체가(Chega)의 반대다. 아울러 게다가 포르투갈 중앙은행도 이러한 경기부양책이 재정 적자를 초래해 EU 부채 규정을 최대치보다 20억 유로(약 3조원)가량 초과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포르투갈 중앙은행은 “예산 비용에 평가에 포함되지 않은 조치들을 (정부가) 연속해서 발표하면서 기존 지출 분석이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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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외국인들, UAE·모나코·이탈리아 등 새로운 조세피난처로

한편 포르투갈 정부가 외국인 세제 혜택 제도를 폐지하자 포르투갈에 거주하고 있던 부유층 외국인들은 즉각 이탈리아, 앤티가바부다, 아랍에미리트(UAE), 모나코, 싱가포르 등 새로운 조세회피처로 떠났다. 먼저 이탈리아는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 2017년 세금 감면 혜택을 도입했는데 현재 밀라노로 이주해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외국인은 1,300명이 넘는다. 신규 이민자의 경우 연간 10만 유로(약 1억4,400만원)의 수수료를 내면 소득세를 면제받고, 2년 미만 거주했더라도 이탈리아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절반에 대해서만 세금을 납부한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나라인 앤티가바부다도 조세피난처로 각광받고 있다. 앤티가바부다에는 부유세나 상속세가 없으며 국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나 자산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40만 달러(약 5억3,000만원)짜리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정부에 10만 달러(약 1억3,340만원)를 기부하면 투자자와 가족 4인까지 시민권도 부여된다. 대신 5년간 투자를 유지해야 하며, 시민권 취득 후 첫 5년간은 매년 최소 5일을 앤티가바부다에서 거주해야 한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개인소득세, 자본이득세, 상속세, 증여세, 재산세 등을 부과하지 않는다. 또한 연간 37만5,000디르함(약 1억3,44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기업을 대상으로는 과세율이 9%밖에 되지 않는 등 세계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율을 자랑한다. UAE는 최근 기업가와 엔지니어 등 장기 거주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을 늘렸다.

유럽 부호들이 주로 선호하는 모나코 공화국은 소득세가 없다. 모나코는 1869년부터 거주 국민에게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이 모나코에서 영주권을 따려면 모나코 은행 계좌에 최소 44만 파운드(약 6억4,000만원)를 예치해야 한다. 또한 현지 기업이 내는 배당금에 대한 세금을 없애고 법인세도 부과하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거주 외국인의 개인소득세율을 22%로 제한하고 있으며 기업 법인세율은 17%에 불과하다. 상속세와 이중 과세도 부과하지 않아 특히 중국 부자들의 이민처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부동산 취득세에 대해서는 외국인 구매자에게 60%까지 높여 세계 최고 세율이 됐다. 영국의 종합부동산 그룹 세빌스에 따르면 500만 달러(약 69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 외국인 구매자는 기타 부담금을 포함해 65%의 세금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