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률에 시름 앓는 조각투자 시장, 가이드라인 마련도 ‘정체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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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금융 지정된 조각투자 업체 단 6곳, 하반기엔 '승인 제로' 전망
조각투자 법제화 논의도 '원점'으로, 개정안 재발의 어려울 듯
소극적 태도 견지하는 금융 당국, 가이드라인 마련 요원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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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혁신금융 서비스’ 인가에 뜸을 들이면서 조각투자 시장이 시름을 앓고 있다. 조각투자 업체가 본격적인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막힌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구체적인 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쏟아지지만, 막상 국회와 금융 당국은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모양새다.

법 테두리 밖에 놓인 조각투자, “혁신금융 서비스 인가도 까다롭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선 올 하반기 금융 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 인가를 받는 조각투자 사업가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까다로운 금융 당국의 기준을 맞추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기업 관계사이거나 수억원 수준의 로펌 비용(성공보수 포함)을 감당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은 이미 대부분 지정됐다”며 “깐깐한 가이드라인을 맞추기에 적절한 사업모델과 여력을 갖춘 회사가 더는 없다고 본다”고 짚었다.

현재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조각투자 시장은 혁신금융 서비스가 법적 근거를 대신 마련해 주고 있다. 혁신금융 서비스란 기존 서비스와 견줄 때 차별성과 시장성을 갖췄다고 금융위원회가 인정한 업무로, 선정되면 현행 금융규제 적용을 최대 5년 6개월까지 피할 수 있는 특혜를 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19년 4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인 일명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된 이래 현재까지 혁신금융 서비스 325건을 지정했다.

그러나 조각투자사 중 혁신금융 서비스에 지정된 업체는 단 6곳에 불과하다. 신청 기업이 100곳을 훌쩍 웃돈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지정률이다. 더군다나 최근엔 조각투자 법제화 논의마저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7월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낙선했기 때문이다. 논의가 이어지기 위해선 다른 의원의 개정안 재발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타 금융정책 현안들이 산적한 탓에 조각투자에 대한 주목도가 높지 않다. 윤 의원실에서 관련 개정안 발의를 주도했다가 현재 김재섭 의원실로 옮긴 박소연 보좌관도 “향후 여건이 될 경우 검토를 해보겠다”며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승인 업체 ‘제로(0)’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혁신금융 서비스 심사·진행 절차가 바뀐 점도 업계 입장에선 악재다. 지난 5월 금융위는 앞으로 혁신금융 서비스 심사 시 ‘수요조사’ 단계를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수요조사란 법무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핀테크 기업들이 신청서를 낼 때 누락한 규제 법령이나 심사기준 등을 컨설팅해 주는 단계다. 조각투자 업체들이 자력으로 법령과 사업모델을 검토해야 한단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신청을 해도 승인될 확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큰돈을 주고 로펌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건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각투자 흥행률↓, “투자 매력도 떨어져”

이렇다 보니 투자시장에서도 조각투자에 대한 수요가 제대로 모이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26일 투게더아트는 미국 현대미술 거장 조지 콘도(George Condo)의 ‘더 호라이즌 오브 인새터니(The Horizon of Insanity)’를 공모했으나 16.6% 미달이 발생해 청약 흥행에 실패했다. 서울옥션블루가 출시한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달러사인($·Dollar Sign)’도 일반청약 6,300주 가운데 14.5%가 미달되며 흥행에 실패했고, 지난 1월 열매컴퍼니가 선보인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2001년작 ‘호박(Pumpkin)’의 경우 청약 흥행에 성공했음에도 청약대금을 내지 않은 투자자들로 인해 20% 가까운 실권주가 발생했다.

부동산 조각투자도 성과 부진이 이어졌다. 2022년 3월 상장한 여의도 빌딩 가격이 액면가 대비 20% 하락하는가 하면, 같은 해 4월 상장된 한 호텔도 4,130원을 기록하며 발행가(5,000원) 대비 17% 하락했다. 지난 2022년 공모한 서울 시내 한 건물 증권형토큰(SOU) 가격은 발행 가격 대비 51% 하락했다. 세제 지원이 없고 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부동산 조각투자 특유의 단점이 드러나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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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카우 TV 광고의 한 장면/사진=뮤직카우 유튜브

가이드라인 마련 목소리 높지만, 당국 “공은 국회에 넘어갔다”

음악 저작권 부문의 경우는 일부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음악투자 플랫폼 뮤직카우는 최근 공모한 멜로망스의 ‘걸작품’에서 청약 시작가 대비 30% 오른 상한가 조기 마감을 달성했다. 아울러 올해 완판된 7건 옥션 중 조기 마감된 옥션만 총 4건에 달한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단 방증이다. 여기에 뮤직카우 MCPI(MUSIC COPYRIGHT PROPERTY INDEX) 지수도 200선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추이를 지속하고 있다. MCPI는 뮤직카우 플랫폼 옥션 서비스에 공개된 음악수익증권을 구성 종목으로 산출한 총수익지수다.

다만 음악 저작권 부문 조각투자 사업도 순탄치만은 않다. 명확한 법적 제도가 전무한 탓에 신뢰 문제 등으로 홍역을 앓은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민원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한 민원인은 금융감독원에 뮤직카우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투자자의 청구권 권리와 투자금이 안전하게 관리되는지 투명하게 확인하기 어렵고 뮤직카우 스스로 발행과 유통을 겸하는 등 시장 감시체계가 없어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크단 것이었다. 뮤직카우가 고안한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증권’에 해당하는지를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이후 2022년 4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뮤직카우의 사업 모델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리며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논란의 소지는 여전하다. 저작권 자체가 현행 자본시장법상 어떠한 수익증권에도 해당하지 않는 탓에 업체도 마땅한 법적 지위가 없는 상태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단 목소리가 쏟아진다. 의미 없는 단발적 규제를 중단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 조각투자를 편입해야 한단 게 업계의 주장이지만, 막상 당국은 국회로 공이 넘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단 입장이다. 책임 ‘떠넘기기’가 반복되면서 조각투자 업계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