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에 최대 37.6% ‘관세 폭탄’ 부과하는 EU, 저가 경쟁 막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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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차 대상으로 관세 장벽 높인 EU
중국 전기차 기업들, EU 역내 가격 인상 시사하고 나서
"초저가 공세 막바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불 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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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최대 37.6%의 잠정 상계관세율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높은 상계관세율 적용을 통해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들의 ‘저가 공세’에 제동을 건 것이다. 시장에서는 EU의 강력한 제재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EU, 中 전기차 잠정 상계관세율 발표

4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자체 조사에서 중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제조업체에 불공정한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중국산 전기차 잠정 상계관세율을 17.4~37.6%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첫 계획 발표 당시 예고한 17.4~38.1% 대비 소폭 낮은 수준이다. 잠정 상계관세는 EU가 기존 중국 전기차에 부과하던 10% 관세에 추가 적용되는 것으로, 최종 관세율은 27.4~47.6%까지 인상된다. 

EU는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에는 17.4%p, 스웨덴 볼보자동차 모회사인 중국 지리자동차에는 19.9%p의 추가 관세를 적용한다. 상하이자동차(SAIC)는 최대치인 37.6%의 추가 관세를 납부해야 한다.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EU에서 판매하는 테슬라와 BMW는 개별 표본 시험에 응하지 않아 20.8%의 추가 관세를 납부하게 됐다. 이외로도 EU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중국 전기차 업체 전반에 37.6%의 추가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잠정 상계관세율은 5일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적용되며, 이 기간 EU 27개국은 투표를 거쳐 확정 관세 전환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 현재 헝가리와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은 중국과의 무역 갈등 심화를 우려해 확정 관세에 반대하고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관세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라며 “잠재적으로 모두 패자가 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추가 관세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산 ‘저가 공세’ 끊어냈다

이번 잠정 상계관세율 인상 결정은 EU 집행위원회 반(反)보조금 조사의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낮은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왔다. 자국 정부의 탄탄한 지원에 힘입어 가격 경쟁력을 강화, 시장에 저가 제품을 대거 쏟아낸 것이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중국 정부는 △취득세 감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충전 인프라 건설 보조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통해 전기차 사업을 다방면으로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지급한 각종 보조금·지원금 규모만 총 2,309억 달러(약 321조원)에 달한다.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EU에서도 빠르게 덩치를 불려 갔다. EU 역내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2021년 3.9% △2022년 6.0% △2023년 8% 등으로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25년 중국 전기차의 EU 시장 점유율이 15% 이상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에 업계 혼란이 가중되자,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 보조금을 과도하게 받은 저가 전기차가 EU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추가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대다수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의 최대 무기인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제조차 니오(NIO)는 성명을 통해 “EU의 관세 부과 결정에 따라 유럽에서 판매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상하이자동차가 소유한 영국 브랜드 MG는 로이터에 MG4 모델을 언급하며 “확정 관세가 결정되는 11월까지는 가격 인상 없이 판매할 재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11월 이후 확정 관세 전환이 의결될 경우 판매가가 인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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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경쟁 대신 프리미엄 경쟁?

일각에서는 EU의 관세 부과로 인해 중국산 전기차 가격이 상승할 경우, 전기차 시장 내 저가 경쟁 기조 역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역내 가격 경쟁력을 잃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보급형 차량 생산 대신 브랜드 고급화에 무게를 실으며 전기차 시장 전반의 경쟁 중심축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은 고급 모델을 앞세워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일례로 BYD는 프리미엄 브랜드 ‘양왕(YangWang)’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고급 전기차 수요 흡수에 나섰다. 양왕은 기존 BYD 차량 가격의 3~4배 수준인 1억원대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다. BYD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손을 잡고 런칭한 BYD 산하 브랜드 ‘덴자(DENZA)’의 차량들은 6,000~7,000만원 선에서 판매된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니오(NIO)도 지난해 12월 고급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ET9’의 가격을 80만 위안(약 1억5,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중저가형 브랜드로 인식됐던 니오가 성능과 가격대를 끌어올린 차량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 입지를 다진 중국 기업들이 최근 들어서는 프리미엄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를 시도하고 있다”며 “EU의 관세 폭탄은 이 같은 고급화 움직임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짚었다.